[영화] 어두움의 '블랙'을 빛과 희망의 '블랙'으로 <블랙> 영화이야기

이번 주에 개봉하는 영화중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 <블랙>. '대놓고 울기엔 쑥스럽고 감동적인 영화를 핑계로 맘껏 울어보자'는 생각으로 주저없이 선택한 영화인데, 사실 너무나 뻔하고 뻔한 스토리에 눈물이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냐는 생각을 조금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 날 심야로 혼자 영화를 보았는데 생각만큼 슬프지 않았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니 약간 실망 아닌 실망도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꺼억꺼억 소리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봤던 영화가 된 블랙... 

우리에겐 조금 낯설 수 있는 인도영화로 2005년에 제작된 <블랙>은 영어와 인도어(?!)가 반반 정도 사용된다. 그래서 가끔 영어가 들리다가도 알 수 없는 말이 들리기도 하는데, 다른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바로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두 주인공의 연기다.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미셀을 연기한 배우(라니 무커르지)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꽤 섹시한 모습의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데 그 사진만 봐선 <블랙>의 미셀은 상상할 수가 없다. (오른쪽) 얼마 전 보았던 오펀의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은 실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고 하니 수긍이 갔지만, 미셀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팔자이다 못해 일직선인 걸음걸이하며, 녹록치 않았을 수화연기, 그리고 앞을 보지 못하는 공허한 표정 연기까지..무엇하나 쉽지 않았을텐데 이 배우는 관객들에게 이 모든게 진실인 것처럼 믿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모두가 포기한 미셀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연기한 아미타브 밧찬도 어떤 수식어를 동반한다 해도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것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블랙>의 스토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아이 미셀을 사하이가 가르치게 되면서 맺게 되는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관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다. 한 줄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진부하고, 결말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소재의 영화지만, 그럴 줄 알았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을 짓게 되는 관객들은 어느 새 <블랙>의 인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특수대학이 아닌 일반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미셀을 위해 손이 저리고 아픈 통증도 감수하며 그녀의 눈과 귀가 되어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수화로 전하는 선생님, 사하이. 자신을 희생하고 오랜 시간 그녀 옆에서 함께 하는 그는 어느 새 거리에 미셀을 놓고 와버릴 만큼 기억력이 나빠진다. 수 많은 낙제 끝에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된 미셀이 그토록 입고 싶어하던 블랙의 졸업가운을 입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하이 앞에 서는 그 순간. 둘 사이에 오고 가는 말은 없지만 표현하는 몸짓과 눈빛으로 몇 십개의 단어보다 강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사실 감동적인 영화라고 하기엔 흘러나오는 OST들이 괴기스럽거나 공포영화에 어울리법한, 좀 더 오버한다면 비장하게까지 느껴지는 음악들이라 감정을 잡기가 어렵지만 그런 것을 제외한다면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영화였다. 사랑의 경험을 해볼 수 없었고, 어쩌면 평생 없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사랑의 대상이기도 했고,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스승. 그녀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지만, 마음에서 전해져오는 사하이의 사랑, 마주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 등을 통해 더 큰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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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어&gt;다.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가서 배우들이 뮤지컬처럼 대열을 갖추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적응도 안되고 어색하기도 했었는데 &lt;블랙&gt;은 그런 부분이 없다.(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래 전에 본 거라 정확한지는 -_-;;) 2005년 영화인데 국내에는 2009년에 개봉해서&nbs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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