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촉촉한 단비로 적시다 <호우시절> 영화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를 고등학생 때 문학 교과서에 실린 대사와 지문으로 먼저 봤고, 그 후에 영화로 본 것도 아마 그쯤이었을 거다. 그 때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로 회자되고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영화에서 봤던 것과 별다른 특징 없는 이야기에 한석규와 심은하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그거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어쨌든 그 후에 허진호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영화들을 몇 편 선보였지만,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로 가장 기억되는 감독인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보면서 그 영화가 가진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것 같다.)
 
그런 허진호 감독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허진호표 멜로의 다섯번째 영화를 내걸었다. 바로 정우성, 고원원 주연의 <호우시절>. 포스터만으로도 맑고 푸른 느낌이 절로 나는 이 영화는 그 동안 허진호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밝은 영화다. 사건 보다 인물들의 감성을 더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감독이니만큼 <호우시절>에서도 두 사람의 다시 시작되는 사랑의 떨림, 기대, 갈등과 같은 여러 감정들을 잘 다뤄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으니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한 번쯤은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끔은 할 수 있다지만, 국적도 다르고 사랑을 키웠던 곳이 아닌 생각지 못했던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 때의 느낌은 어떨지 동하(정우성)를 통해서 조금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퇴마무사(중천), 좋은 놈인 사냥꾼(놈놈놈), 국제 경찰(데이지) 등 지금까지 정우성이란 배우가 보여준 영화 속 이미지는 현실에서 만나기 쉬운 인물이기 보단 상상 속의 대상, 그냥 멋있어 보이는 그런 남자였다면 <호우시절>에서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 오랜 만에 만나는 거리감도 잊은 채 "너의 입술은 내 키스를 기억하고 있을거다" 란 멘트까지 날려가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제야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로 보인다고나 할까. 

 

원래는 '아이 러브 청두' 라는 옴니버스 영화 중 하나였다가 장편으로 따로 개봉하게 된 영화라 그런지 청두를 배경으로 사천의 유명한 4가지 - 팬더, 미녀, 술, 음식- 를 소재로 해서 곳곳에 잘 활용하고 있고, 청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홍보 영상 같은 느낌도 들지만ㅋ) 예쁜 배경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여주인공 고원원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호우시절>의 느낌과 맞물려 극대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우성과도 참 잘 어울렸다. (둘이 같이 있는 게 화보 같다 ㅠ_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호텔에서의 장면인데, 두 사람이 같이 화면에 잡히고 조금 주저하고, 갈등하는 복잡한 마음이 카메라가 약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던 장면이라..(진짜인지는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다. 잔잔한 멜로라 사람으로 치자면 조용조용 읊조리는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어떤 사람에겐 너무 심심한 영화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꺼내고 치유하게 만드는 사랑을 지켜 보면서 나의 호우시절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거의 마지막에 두보의 시가 나오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끝까지 보면 좋을 듯 :)

<호우시절>이란?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의 <봄날 밤의 기쁜 비>의 첫 구절에서 따 왔다.
촬영지인 중국 청두는 말년의 두보가 한 때를 보낸 곳. 봄에 내려 소리 없이 만물에 생명을 돋게 하는 좋은 비의 계절, 호우시절. 비라고 다 같은 비가 아니듯 사랑에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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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inAqua 2009/10/08 22:22 # 답글

    조용한 영화 좋아하는데, 주변에 추천하는 사람도 몇 있어서 :) 갑자기 기대치가 올라갔어요. 이힝
    포스터의 시선처리가 애매해서 조금 어색하긴 합니다만;;
  • 춤추는곰♪ 2009/10/09 12:34 #

    포스터는 제가 메인으로 올려놓은 것 말고 맨 밑에 있는 작은 크기로 올려놓은 포스터가 더 예쁜 것 같아요 ㅋ 조용한 영화 좋아하시면 이 영화 꽤 마음에 드실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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