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내심을 시험하는 144분 <악마를 보았다> 영화이야기

무서운 공포영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눈 부분만 살짝 열어 참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눈을 감진 않는다 ㅋㅋ) 잔인한 영화? 무서운 영화 보다 훨씬 더 보기 힘들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종종 다른 곳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잔인함의 정점이라 하는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어땠을까? 아,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이걸 보고 나오니 <아저씨>가 잔인하다는 말엔 그저 웃음만 나온다. 영화는 또 왜 이렇게 긴건지 영화 중간 중간에 언제 끝나나 하고 자연스레 시간을 체크하곤 했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참기가 너무 힘들어서였다. 내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따지기 전에 일단 쉴 새 없이 찌르고 망치로 내려 치고 피 보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보니 이건 마치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라고 시험 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어떤 네티즌의 말처럼 영화가 "개 쓰레기" 로 느껴지진 않았다.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수현(이병헌)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감독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사용한 표현 방법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좀 달랐다고 (어쩌면 확실하게 달랐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경철(최민식)의 행동은 영화 대사 속 그대로 '개 사이코' 같다. 슬프고, 기쁘고, 두려움 따위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 그래서 표정이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여줘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싸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캐릭터다. 자신의 약혼녀를 잃으며 멈출 수 없는 복수를 시작하는 수현과 경철의 초반 구도는 선과 악의 대립이었을지 모르지만, 점점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수현 또한 짐승처럼 변해간다. 

경철에게 복수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자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수현의 장인을 찾아가 "사람이 짐승을 잡자고 짐승처럼 변해가면 되겠냐" 고 했던 말이나 수현의 후배가 "선배, 그 사이에 얼굴이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라고 했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수현은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수현은 경철을 고문하면서 좀 더 끔찍하게, 최대한 오래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내가 사랑한 사람이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을 갚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형부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죽은 언니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연(수현의 약혼녀, 오산하)의 여동생이 무의미한 일이라 말했을 때 의미 없지 않다고 했던 수현. 어쩌면 주연을 잃었던 그 순간부터 경철에게 해야 할 복수는 수현의 삶의 목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3수 끝에 가까스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악마를 보았다>. 그 등급(이라도)을 받기 위해 더 심한 장면들은 잘라냈겠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느끼기에 잔인하고 영화를 보고 나올 때 느끼게 되는 불쾌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원래 계획했던 12일에 개봉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등급을 받고, 개봉 바로 전 날 기자 시사회만 덜렁 한 후 바로 개봉이었던터라 다른 영화에 비해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을텐데도 이미 6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평은 극과 극을 달릴 지 몰라도 이 정도라면 홍보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어떤 트집도 잡지 못할 만큼 훌륭한 (난 이제 최민식 아저씨가 인자하게 웃고 있어도 무섭다 ㅠ) 8월의 화제작임엔 틀림 없는 이 영화, 선택은 당신의 몫일 테지만 무섭고 잔인한 영화가 힘겨운 관객들이라면 신중하게 선택하길.

* 마지막 장면에 수현이가 우는 장면은 정말 서글펐다.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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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okaNG 2010/08/15 23:19 # 답글

    마지막 씬은 정말 여태 본 이병헌의 연기중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저렇게까지 울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라..
  • 춤추는곰♪ 2010/08/16 02:11 #

    맞아요 동의해요- 괜히 마음이 동요됐던..ㅋ
  • 나인 2010/08/25 18:28 # 답글

    나 이거 정말 보고 싶었는데, 내가 읽은 리뷰들은 다 평이 개차반이었어;; ㅋㅋㅋㅋ
    영화 내내 피가 나오고 피 안 나오는 장면은 섹스신이란 소리 들으니까 보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더라.

    근데 그냥 서면으로 내용을 읽었을 땐, 사실 이병헌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잔인하게 잃었는데, 그래서 그 복수로 최대한 오래 오래 고통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해는 가. 그래서 사람이 무서운 걸까? ㅋㅋㅋㅋ
  • 춤추는곰♪ 2010/08/25 21:15 #

    응,,, 그리고 아기도 있었어 ㅠㅠ 근데 한 번 더 보라고 하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싶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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