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127시간> 영화이야기

얼마 전에 미국에서 돌아온 후배 녀석이 이 영화를 보고 들어왔다기에 어땠는지 물었었다.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어 보게 되더라고 답하는 걸 듣고 난 사실 겁이 났다. 이런 영화를 볼 때 몰입하다 보면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건 단지 영화일 뿐인데, 나한테 일어난 일이 아닌데도 내 몸이 움츠러 들고 영화 보는 내내 힘들어 하다가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되는 경험을 한다는 거다. 이거이거 보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군,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죽지 않아.
사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알고 들어간건데 이 영화, 너무 밝고 쾌활하고 에너지 넘친다. 물론,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되는 순간 전까지긴 하지만 처음부터 긴장하라고 겁주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화면이 분할되서 나오는 장면들이 많고, 음악은 또 어찌나 파워풀 한지 몰아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가기 싫은데 억지로 소몰이 하듯이 몰아가는 느낌이 아니라 잘 융화될 수 있게,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오히려 도움이 되는 쪽으로 몰고 가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감독의 연출력과 음악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가시고기>에서 그런 글귀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어떤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게 살고 싶은 하루..." 어렴풋이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누구든 살고 싶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게 되는 것 같다. 사는 게 힘들어서 자신의 손목을 그으려고 결심한 사람도 이런 표현이 조금 우습지만 막상 죽음에 이르는 정도까지 깊게 그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하고, 목을 매는 방법을 선택한 사람도 마지막엔 살고 싶어 바둥거린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자신을 놓으려고 하는 사람도 이런데 살고 싶은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오죽할까.
고립되고 난 후에는 장소도 한정적이고 배우도 오로지 제임스 프랭코 뿐이라서 단조로울법 한데도 그런 느낌 없이 <127시간>은 관객들을 아론(제임스 프랭코) 의 입장으로 몰입할 수 있게 끌고 들어가며, 나도 여기서 어떻게든 빠져 나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5일 동안의 처절한 사투 끝에 아론의 유일한 선택일 수 밖에 없었던 마지막 결정은 내가 우려했던대로 나의 근육을 경직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장면에선 경험에 의하면 눈을 가리기 보단 오히려 귀를 막는 게 더 나은 것 같다.ㅋㅋ) 살고자 하는 의지를 품은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 하게 보니 뭔가 나도 열심히 살아야 겠단 생각이 (조금은) 들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삼풍백화점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빗물을 받아 마시면서 기적같이 생존했던 사람이 있어서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었는데... 어쨌든, 극한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아론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사고 후 나라면 다신 그 장소에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요즘에도 다닌다고 하니 그게 더 신기할 따름이다.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까지는 아니었지만 배우, 감독, 음악이 제대로 돋보이는 영화임에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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