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질감과 이질감의 경계에서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영화이야기

처음엔 단순히 시간이나 때워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유민이가(윤은혜) 엄마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울던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란 영화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코드의 영화라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졸업 후 방황하는 청춘들 중 한 명인 유민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알 것 같아서, 마치 얼마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다. "20대에는 절대 시원할 리가 없어." 라는 민희(유인나)의 대사처럼 이제 좀 해결된 것 같으면 어느 샌가 또 다른 고민과 문제거리들이 가슴을 후비고 들어오는 시기, 20대. 그 시간에서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4명의 여자들을 만났다.
대학만 졸업하고 나면 꿈 같은 파라다이스가 펼쳐질 줄 알았던 24살의 유민, 민희, 수진(차예련), 혜지(박한별).
그러나 현실은 말 그대로 시궁창이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각자의 자리를 잡아가는 4명의 20대- 매일 클럽에서 살던 혜지는 운좋게 연예인이 되고, 유민이는 막내작가로, 민희는 유학의 꿈을 갖고 토플 수업을, 수진이는 끊임없이 떨어지는 오디션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 혜지가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되고나자 그녀들의 우정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혜지가 없는 자리에서 3명이 주고받는 대화가 남 얘기 같지 않았다. "혜지도 나름 연예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 아는 오빠 통해서 마사지도 받으러 다니고, 틈틈이 필러도 맞고." 등등의 이야기. 여자는 질투가 나는 상대방의 평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질투의 괴로움을 달랜다고 하는데 꼭 영화 속 그녀들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떠올리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도 그 몸매를 만들기 위해 혜지는 항상 운동을 했다고 인정하던 민희의 대사처럼 어떤 것이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을 거다.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하지 않던가. (박한별 몸매는 정말 같은 여자가 봐도 후덜덜이었다. 영화가 시작할 때 유인나만 보면 된다고 말하던 아저씨팬도 박한별의 몸매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헉' 하더라 -_-) 어찌됐든 4명이 겪고 있는 상황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여러모로 동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여자들이라면 친하게 뭉쳐다니는 그룹이 있고 그 안에서도 좀 더 친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친해질 수록 점점 닮아가는 모습들이 있고, 때론 자존심 때문에 친구인데도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나오는데 보면서 친한 친구들이 생각나고 심지어 보고 싶어지는 걸 보면(평소엔 연락도 잘 안하면서) 확실히 공감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영화 속 럭셔리한 그녀들과 다르게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녀들처럼 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명품 중의 명품을 고르는 럭셔리한 쇼핑하며, 마사지나 고가의 메이크업을 일상생활처럼 받을 수도, 보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브랜드 이름이 새겨진 여러 개의 쇼핑백을 건네주는 남친을 만나는 사람도 드물다. 부모의 이혼, 집안의 부도, 발연기 때문에 시달리는 연예인 생활, 남친의 바람 등 각자의 크고 작은 시련은 충분히 버거울 수 있겠구나 싶다가도 기본적으로 충분히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고민들이라 괜스레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를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구나 겪는 고통도 자기에게 왔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질테지만..)
 
"여자는 아이라인까지가 지 눈이고, 남자는 깔창까지가 지 키니까" 라던 혜지의 대사부터, "여자는 된장녀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러나 된장녀 같은 대접을 받기는 좋아한다." 던 유민의 대사, "세상 참 웃기지. 근데 그게 세상이야." 라고 말하는 선배작가(전수경)의 대사까지 크고 작은 공감을 하며 봤던 영화. 20대 여자들이라면 꼭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수경 대박! ㅋㅋ <김종욱 찾기>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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