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한국 애니메이션은 기대가 우려를 넘어선 안정된 자신감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마당을 나온 암탉> ┗느리게 or 한번더#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순수하게 소비만 하는 입장에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어떠한 타겟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차치하고 수입작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해를 거듭하여 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물량 공세를 해대고 있고 그것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간에 수요 자체 및 수요 대상에 대한 의문은 웬만해서는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쿵푸 팬더> 그리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카2>, 잊을만 하면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루 밑 아리에티>같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혹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 같은 등 별로 걱정되지 않는 애니메이션들이란 대부분-아니 어쩌면 전부 다- 외국의 것들이다. 이러한 외국 애니메이션의 독점 속에서도 한국 애니메이션들은 종종 극장의 문을 두드리곤 했다. 나는 애니메이션 헤비 유저는 아니지만 흥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시놉시스와 스틸이라도 관심있게 보고 읽는다. 올해에는 <소중한 날의 꿈>이 바로 그러했는데 부득이 하게도 볼 기회를 놓쳐서 아직도 이러고는 있지만.

그러다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게 되었다. 그냥 또 국산 애니메이션이 나왔나보다, 하고서 넘겨지지 않는 그런 비장함을 갖춘 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 기간만 6년이라고 한다(한국 애니메이션들의 주요 홍보 문구 중 하나는 '제작 기간'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완성도를 보장하겠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영이 모두 끝난 후의 안타까움과 비참함(?) 역시 기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 애니메이션들의 개봉 전의 모습이 대부분 그러하기는 한데 이 애니메이션 역시 그러한 비장한 자세를 취한 채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합'이 바짝 들어간 모습으로 절실하게 '희망'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과 매체에서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이 작품은 그 전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최대한의 흥행을 염원하고 있으며 제발 이번 만큼은 성공 하자는 절실함이 그득 배여있다. 명필름이라는 역사 깊은 영화 제작사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첫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는 것 역시도, 그와 같은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컸다면 컸지 낮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냥 넘겨짚어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명필름이라는 회사가 한국 영화계에서 갖는 작은 의미라도 생각해본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그 정도 예감은 '그냥'이라도 들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두가지의 부담과 우려를 갖고 이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줄거리인즉슨 주인공 암탉 잎싹이 배다른 자식, 혹은 낳은 정보다 더 진득한 정인 기른 정으로 정성을 다해 키운 청둥오리 초록이의 양육기이자 성장기, 그리고 동화 원작 다운 푸릇함을 바탕으로 한 동물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즉 저수지 그리고 마당 밖의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청둥이 스스로가 자신을 찾아서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어떤 것도 가로막을 수 없는 잎싹이의 모성은 이 영화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관객인 엄마 자신의 감성 그리고 아이를 가진 엄마 관객이 자신의 아이를 떠올려 보았을 때 오롯이 피어나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이 영화 그리고 영화 관람 타겟 설정의 핵심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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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시점에서 영화의 전체 분위기가 어쩌면 상영 시간 내내 나를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걱정이 있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 탓도 있고 시나리오의 개그 코드 자체가 중학생 눈높이 이상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은 그렇게 강하게 들지는 않았다. 아마 내가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와 함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러 왔다면 오히려 나 자신의 본위에 의하여 매우 즐겁고 유의미하게 보았다고도 생각해 볼수 있을만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개그 코드 그리고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재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충실한 재미 요소 버금가게 훌륭한 감동의 요소를 빼곡하게 집어넣으려 했다는 그 안간힘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원작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작의 메시지가 감동과 사랑의 총집합이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서사의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더군다나 한국형 가족 애니메이션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작품 스스로가 그것을 인지하려 든다면 보는이의 입장에서는 그 안간힘이 가져다주는 어떤 '뻔함'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각의 캐릭터의 설정으로 인해 숙명적으로 감동은 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결말이라는 것이 약간은 황당할 정도로 슬프게 엄마 잎싹이의 희생이 담보로 되어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같이 소심한 관객이 보았을 때는 드라마적으로 가슴이 아픈 것이 아니라 왜 이런 결말일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그런 가슴 아픔밖에는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다 보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생각보다 맘에 들었던 작화 때문이다. (작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름답게 그려진 우포늪과 특히나 귀여웠던 달수 캐릭터 때문에 그래도 결국에는 재밌게 봤다..로 판단이 내려지기는 한다. 역시 애니메이션 흥행의 큰 동력은 캐릭터의 힘인데 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달수가 그 역할을 했다. 아무튼, 이후에도 명필름이 또 애니메이션 제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지난 십여년 동안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음에 나타날 한국 애니메이션은 과연 기대가 우려를 넘어선 안정된 자신감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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