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밍기 너라도 있었으니 <퀵> 영화이야기

장훈 감독, 신하균, 고수의 <고지전>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해운대> 사단의 젊은 피가 뭉친 영화로 주목을 받은 <퀵>은 단연 밍기민기가 돋보인 영화였다. 진흙밭에 굴려놔도 빛이나는 고수의 외모에 비하면 이민기가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눈에 불을 켜고 반박할 만한 절대적 이민기 취향인 내 친구가 알면 큰일 날 소리), 일단 기럭지가 되고 비율이 좋다. 거기에 약간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베시시 한 번 웃으면 끝장난다. 누군가 이 글을 읽다가 "넌 배우 보려고 영화 보냐?" 라고 핀잔을 준다면 다른 영화는 이래저래 이유를 갖다 대며 따졌겠지만 <퀵>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퀵>은 나에게 이민기 외에는(내가 이민기를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메리트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미친 스피드를 자랑하는 퀵 서비스 배달원 기수(이민기)에게 어느 날 떨어지는 어이 없는 폭탄 배달명령- 
다짜고짜 따질 것 없이 간단한 인물들을 설명한 후 영화는 바로 스크린 앞의 관객들을 환상의 스피드 세계로 인도한다. 속도감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기수의 오토바이가 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죽음의 스피드(!)를 자랑할 땐, 괜히 신나고 아찔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기수란 이름이 '배달의 기수'에서 착안해서 지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훈남 배달원과 아롬이, 아니 춘심이(강예원)처럼 붙어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왕, 굳) 물론, 헬맷을 벗으면 폭탄이 터진다는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은 민기를 트럭으로 갖다준대도 싫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토바이만으로 점프하며 날아다니고, 분명 넘어져서 오토바이가 부서졌을 상황인데도 어느 새 둘은 또 오토바이 위에 올라타 끝없이 달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저게 말이 돼?" 라는 말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애초부터 현실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100%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라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면 즐기면서 보기에 나쁜 영화는 아니다. 강예원과 이민기가 <해운대>에 이어 다시 커플로 주인공을 맡았다고 했을 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퀵>에서의 강예원은 연기를 뛰어나게 잘한다거나 큰 인상을 남겼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민기가 돋보였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아저씨>의 원빈, <풍산개>의 윤계상처럼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고, 그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잘 빠지게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이민기가 뛰어났다는 건 아니다.(오토바이 타는 비주얼은 흐뭇 :D) 그냥, <퀵>에 호감을 갖게 해준 정도랄까. <해운대>의 부산사투리와는 차별화를 둔, 서울에서 어느 정도 산 애가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투리라고 주장하는 이민기의 사투리는 완전 귀엽다. 부산사투리쓰는 여자애들 앞에서 쓰러지는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영화 보러 가기 전, 먼저 본 사람이 "영화 쌈마이(삼류) 같아." 라고 하는 걸 듣고 너무 부정적인 것 아닌가 해서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그런데 직접 확인해 보니 이것도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추천해주고 싶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근데도 포털에서의 평이 좋은 걸 보면, 괜찮게 본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되려나. 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하하 하고 보기엔 그럭저럭 괜찮았던 영화. (김인권은 역시 갑이다.)
      
* 엔딩에 나오는 장면은 스턴트 연기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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