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가 되었다는 그 곳, <다방기행문> 책이야기

<다방기행문>이란 다섯 글자의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이미지는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빨간 립스틱, 원색의 옷을 입은 다방 언니였다. 주로 드라마에서 묘사하던 다방 언니들 (책 속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레지") 이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왜 하필 '다방'일까 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탐앤탐스, 커피빈, 까페베네 등 수많은 대형 커피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눈을 돌리면 이젠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까페일 거다. 이것도 선입견일 수 있지만 "다방"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촌스러운 이미지를 잠시 덮어두고 유성용 작가가 보여주는 다방은 어떤 곳일까 궁금한 마음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방에 가 본 경험은 한 번도 없지만 다방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고향에 군 부대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으니 부대 주변으로 다방이 많다고 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깔끔하게 변한 터미널을 중심으로 유명한 까페들이 들어섰지만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터미널 주변으로 다방이 곳곳에 분포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좀 더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되었지만 꽤 많은 페이지를 넘겼는데도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없었다. <다방기행문>이라고 제목을 지어놨으면 적어도 다방에 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애초부터 지은이가 의도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는데 그 정도의 깊이까지 도달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 때문일까 고민하다 발견한 부분!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 스쿠터 하나에 의지해 '여행생활자'라 불리는 작가가 머무르는 이곳 저곳에는 다방이 있었다. 처음 가 보는 곳이든, 아니면 작가 자신의 아련한 추억과 얽혀 있는 곳이든 간에..
작가는 자신의 추억과 얽혀있는 다방이 아니면 그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다방을 찾아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분위기를 살피며 그 곳의 분위기, 그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달라 사실 적잖이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방기행문>이란 제목 앞에 붙은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이란 부제가 다방이 전부가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내가 까페에 가는 이유는 뭘까? 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가는 그 곳은 우리들이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밀린 수다를 풀어내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혼자라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거나 날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을 때 가는 곳이기도 하다. 어른들에게도 다방은 그런 장소였을까?
실제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바람나는 아저씨들의 대상이 다방 아가씨들이었는지는 몰라도 <너는 내 운명> 속 석중(황정민)이나 <시라노:연애조작단>의 의뢰인 현곤(송새벽, 엔젤리너스에서 일하는 선아-류현경에게 푹 빠진)의 순정이 배경만 다를 뿐 별 다른 게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ㅋㅋ 어쨌든, 그 시절 어른들에게도 다방이란 장소는 먹고 살기 바빴던 때에 누군가에게 내 속얘기를 하고 싶어 찾거나 데이트 하기 좋은, 일종의 아지트인 우리의 까페와 같은 의미였을지도 모르겠다. 
스쿠터 하나에 짐 가방 하나 정도 챙겨 다방을 중심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가는 대로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적은 책. 그래서 나와 같은 기대를 하고 책을 집어든 사람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 인생을 먼저 산 인생 선배의 자격을 부여한다면 작가의 넋두리에 위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많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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