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헬프> 영화이야기

노란색 배경의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다. "<인셉션>이후 최초의 전미 박스 오피스 3주 연속 1위"라는 수식어 보다도 따뜻한 느낌의 색감이 나의 이목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색깔 때문인지 2006년에 개봉했던 <미스 리틀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에 못지 않게 가슴 따뜻한 영화다. (<미스 리틀 선샤인>도 정말 훈훈한 영화이니 아직 못 보신 분들께는 강추!!) 유학생활을 오래 했던 친구를 통해 듣기도 했지만 보통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연예인들이 예능프로에 나와 자신이 경험했던 인종 차별에 관한 경험담을 털어놓을 때, 힘들었겠구나..그냥 그 정도의 가벼운 끄덕임으로 흘려듣곤 했었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니 그다지 와닿지 않은 것도 있었겠지만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헬프>를 보며 그녀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이고 있었다.
1963년 미시시피주 흑인 가정부의 이야기를 그린 <헬프>는 백인 사회에서 차별받는 흑인들의 생활을 무겁지 않고 위트 있게 보여 준다. 차별 받는 사회가 아니꼽고 사람 대접 받지 못하고 사는 하루하루가 눈물겹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바꾸려는 시도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게 차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헬프> 속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가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 모두 해결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흑인들과 같은 화장실을 쓰는 것만으로도 큰 병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흑인을 도와주는 것 조차 법으로 금지해 놓는 얼토당토 않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줄 유일한 백인, 스키터가 등장한다.
어렸을 적부터 스키터와 각별한 사이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엄마도 아닌 흑인 가정부였다. 가정부 손에서 자랐고,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아닌 그녀로부터 위로를 받고 자란 스키터는 다른 백인들과는 다르게 흑인 가정부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보기 드문 백인이다. 그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겠다고 했을 때 소외만 당하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 여자가 다른 백인들과 다르긴 해도 자신들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혹시 이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빌미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박탈당하거나 어느 순간 길거리에서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 갔을거다. 협조해 주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겨우 찾은 2명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어느 새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진다.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 어떤 고난이 닥쳐올지 뻔히 보이는 일에 처음으로 몸을 던지는 것은 두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그런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그녀들의 용기 있는 고백을 응원하면서 영화를 보다 보니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무려 146분이나 된다는 사실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는 책이 출판되면서 흑인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용기를 냈던 가정부 에이블린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을 낮추지 않고 당당하게, 그러나 조금은 씁쓸한 뒷모습으로 걸어가는 에이블린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깊은 여운으로 남아 OST를 들으며 한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가진자들에게 맞서는 일은 더욱 그렇다. 비록 그녀들의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나 그 후에 어떤 대단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지던 영화!! 에이블린은 그 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개봉 후에 또 한 번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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