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먼저 빛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패션 코리아, 세계를 움직이다> 책이야기

취미로 다니는 xx학원에 언제부터인가 여중생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니고 싶다고 엄마를 졸랐는지 엄마가 손 붙들고 등록해주러 왔던 게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는데 붙임성 있게 다가오길래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조금 친해진 사이가 됐다. 그 아이의 장래 희망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거라고 했다. 패션 디자이너..! 그 쪽 분야에 대해 잘은 몰라도 이렇게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한 얕은 지식과 주변에서 주워들은 걸 종합해봤을 때 쉽지 않은 길일텐데, 자라나는 새싹의 꿈을 꺾을 수 없어서 열심히 하라고 토닥토닥 해줬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이름만 들면 모두가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만한 브랜드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본인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젊은 패션인들의 인터뷰를 모아 놓은 책이다.
화려해 보이는 직업일 수록 그 일을 하는 사람은 화려할 수 없기 마련이다..란 말에 참 많은 공감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동경하는 것들과 가까운 곳에서 일했을 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반드시 그런건 아닌 것 같기도 같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간에 모든 것은 본인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지은이가 만난 7명의 패션 피플 중에 기억에 남고 소개해 주고 싶은 디자이너는 남자 2명이다. 내가 결코 여자라서가 아니야~~ㅋㅋ 
첫 번째는 바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디자이너가 되어라 - 디자이너 이청청" 이다.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고,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와 롤 모델로 삼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한도전>의 한글패턴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탔던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인 그는, "이상봉의 아들" 이란 수식어 때문에 다른 사람 보다 한 번은 더 눈길을 받고 관심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란 직업은 애초부터 꿈꾸지 않았고 좋아하던 역사를 전공으로 해서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역시 좋아하는 패션 분야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어서 런던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전문적인 언어 때문에 못 알아듣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새벽이든 시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작업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선배 집으로 무작정 달려가곤 했다는 끈기와 집념이 그가 런던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이상봉 디자이너의 사업을 도와 제너럴 매니저로 활동하게 만든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확실히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거기에 꽂혀 몸이 힘들어도 버티게 되는 건가 보다. 그런 열정.. 부럽다! 5년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군생활을 한 후 다시 런던으로 갔다는 그의 버라이어티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이가 자라날 때의 환경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ㅋㅋㅋ
평범하게 보이고자 했으나 용돈이 부족했던 학창시절, 아버지의 아이템을 활용해 가난을 극복한 방법(?!)에서 조차 숨길 수 없었던 패션 감각.ㅋㅋㅋ 타고난 디자이너인가. ㅋㅋ    
다음은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비즈니스다 - 디자이너 윤성보" -! 나는 윤성보 디자이너의 인터뷰와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적힌 글들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하고 좋았던 것이 예술성과 상업성을 조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패션쇼에 직접 가본 경험은 없지만 TV나 잡지를 통해 보는 의상과 메이크업들은 일반적인 대중들이 보기에는 난해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패션 관계자들은 화려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며 극찬하는 패션도 내가 볼 땐 "아니, 저렇게 입고 어떻게 다녀" 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디자이너의 개성이 드러나게 만들면서도 실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패션을 추구한다는 말에 반가웠다. 물론 손이 많이 가는 한 벌 뿐인 옷들이라 가격은 무지무지 비싸겠지만..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기 힘든 것들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데 아직 그 효과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과도기에 놓여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특별한 말은 아니지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라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
인터뷰 중에 자라나 갭, H&M처럼 대형 패션 그룹들이 만들어 내는, 획일적이고 유행에 따라 입고 곧바로 버려지는 요즘의 패션 흐름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윤성보의 의견이 있었다.

"크리스티앙 디올과 이브 생 로랑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패션이 정말로 아트였고, 아름다움이었어요. 지금처럼 저가의 싸구려 브랜드가 주도하는 세계 패션의 흐름은 패션의 창의력을 죽이고 있다고 봐요. 지나치게 비즈니스화되어 돈만 계산하는 패션업체들과 저질화된 패션 비즈니스. 이럴수록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것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역할이지요. 물론 지금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p.260-261

이 부분만큼은 일반인의 입장에선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선택한 단어들이 거칠어서 좀 더 세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패션에 종사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전혀 틀리지 않은 말일 수 있을지 모르나 일반적인 대중들에게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와 패션 아이템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디자이너들이 만든 브랜드의 매장에서 옷을 사입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아니고서는 옷 한 벌에 큰 돈을 쓴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먼저 빛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어떤지, 어떻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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