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을 권리를 주십시오 <청원> 영화이야기

요즘 뱅상 욍베르의 책 『나는 죽을 권리를 소망한다』를 읽고 있다. 영화 <청원>을 보고 왔다고 SNS에 간략한 내용을 언급했더니 이 책을 읽었던 분이 영화의 내용과 매우 비슷하다며 추천해 주셨다. 따로 구입해서 볼까 하다가 품절이라 인터넷 서점에서는 구할 길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책을 얻어 이제 막 읽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토론 주제로 자주 거론되던 안락사 문제... 이 영화를 이야기 하면서 안락사에 대한 언급을 피할 수는 없지만 찬성과 반대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면서까지 이야기 하고 싶진 않다. 이 글에서 아무리 피 토하며 논한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철 없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아다니는 파리가 남자의 코 위에 자리를 잡는다. 김명민, 하지원이 주인공을 맡았던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모기가 자신의 피를 빨아 먹는 모습을 지켜 보기만 해야 했던 루게릭병 환자 종우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장면..
파리가 눈 앞에서 알짱대며 귀찮게 하는데도 내 몸 어디 하나 움직여 작은 파리 하나 쫓을 수 없는 현실. 나의 손과 발이 되어 줄 누군가가 없으면 비오는 밤 천장에서 새고 있는 빗방울을 밤 새도록 맞아야 하는 슬픈 운명... 어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보여주기라도 할 것처럼 누구 보다 밝은 모습으로 강의도 하러 다녔던 그였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은 죽음이었다. 잘 나가던 마법사에서 한 순간의 사고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되어 버린 이튼(리틱 로샨)을 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해 죽을 권리를 막으려고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인도에서 춤과 노래를 뛰어나게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이라는 리틱 로샨을 전신마비 주인공으로 처음 보게 된 것은 아쉽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옆에 두고도 결국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남자의 내면 연기를 잘 표현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청원>을 보러 간 건 순전히 <블랙>을 연출했던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블랙>을 보고 펑펑 울며 영화관을 나섰고, 그 이후 부터 인도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던지라 이 영화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블랙>감독이란 기대가 컸던 탓인지 그 만큼의 만족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영화였다. 중간 중간 훌쩍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눈물까지 날 만큼 슬프지 않았지만 그냥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을 느끼긴 했다. 내가 이튼이라면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으아으아, 영화도 영화지만 소피아로 나오는 아이쉬와라 라이가 정말 정말 예쁘다. 어떻게 이 여자가 1973년생이냐고ㅠㅠ 믿기지 않는 외모 ㅠㅁㅜ 인도 사람들은 정말 그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세 얼간이>에 나왔던 몇몇을 생각하면..ㅋㅋㅋ) 인도에서 길을 걷다 보면 장동건 같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단순한 농담 따먹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결코 가볍게 다룰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지만 죽음을 결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을 때의 이튼은 참 행복해보였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나누는 시간은 낯선 풍경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제 막 읽기 시작한 『나는 죽을 권리를 소망한다』를 얼른 읽어야 겠다. 영화에 책까지 더해져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에 좀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 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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