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냥 연애일 뿐이네요 <REC> 와 <올드 랭 사인> 영화이야기

지난 6월에 개봉했던 이혁상 감독의<종로의 기적>을 통해 소준문 감독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거의 반 년이 흘러 이젠 출연 배우가 아닌 자신의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선 소준문 감독을 만났다. 출연 배우에서 감독으로... <종로의 기적>에 출연했을 당시에도 이미 그는 단편 영화를 찍은 감독이었지만 대중적으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고, 심지어 <종로의 기적>에선 스텝들 조차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답답한 감독으로 나왔다.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멋쩍은 웃음으로 인정하면서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종로의 기적>은 15세 관람가, <알이씨>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종로의 기적>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다큐멘터리 영화여서 퀴어영화의 장면들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지루하고 실망스런 영화였을 수 있다. 실제로 같이 보던 관객 중에 나가는 사람도 몇몇 있었으니까.. <알이씨>의 상영이 시작됐을 때 막연하게 어느 정도 수위까지는 나오겠거니 했지만 첫 장면부터 이렇게 세게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조금 놀랐다. 영화의 3분의2 이상이 두 주인공의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채워지는데 처음은 영준(송삼동)과 준석(조혜훈)의 샤워신으로 시작된다. 생각지 못했던 두 남자의 나체를 보고 나니 (그것도 앞 모습!) 잠시 얼굴이 발그레(?)해 지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 것 같았지만 이내 이성을 찾고 다시 몰입..ㅋㅋ
<후회하지 않아>를 잇는 퀴어영화라는 광고 문구 때문에 두 영화를 비교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후회하지 않아>가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았다면 <알이씨>는 사실적인 느낌이 강했다. 이게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진짜 이야기든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만든 영화든 간에 그냥 정말로 두 사람의 시간을 갖고 있는 공간에 내가 끼어 들어 둘을 지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5년간 지속해 오고 있는 연애를 축하하면서 장난도 치고 사랑도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성과의 연애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느꼈다. 옳고 그른 건 잘 모르겠다. 퀴어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거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닐까 조심스런 생각을 하곤 한다.
65분 러닝타임의 <알이씨>를 보고 25분짜리 단편영화 <올드 랭 사인>을 연달아 봤다. 예전에 <올드 랭 사인>을 먼저 틀고 <알이씨>를 틀었던 게 반응이 별로여서 이번엔 바꿔봤다고 농담조로 얘기했던 소준문 감독. 그의 이번 선택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다르지만 왠지 <알이씨>의 젊은 남자 두명의 미래 모습이 <올드 랭 사인>의 두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뭔가 연결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더 찡했고 슬펐다. 모든 동성애자들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사랑을 떠나 결혼을 선택했던 남자.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두 사람. 저승에서 보자던 태훈(전성태) 할아버지의 말이 너무 슬펐다. 원래는 한 편으로 제작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2007년에 <올드 랭 사인>을 먼저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 편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영화를 본 날, 소준문 감독 뿐 아니라 <알이씨>의 두 배우 송삼동과 조혜훈도 자리에 함께 했는데 (사진은 다른 GV 때) 실제로 보니 더 멋있었다. 셀프 카메라 형식의 영화라 방에 배우 둘만 가둬놓고 감독을 비롯한 나머지 스텝들은 문 밖에서 배우들이 어떤 톤으로 대사를 하는지 귀를 대고 있었다는 말에 많이 웃었다. 영화를 보면 저건 분명 애드립이었을거야 싶은 대사들이 꽤 있는데 실제로 자연스럽게 촬영하다 보니 애드립도 많이 들어가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배우들과 거의 같이 썼다고 했다. 이번 영화 홍보를 위해 정말 많은 GV를 뛰고 있다는 배우와 감독. 소준문 감독은 두 배우가 무슨 광대 같다는 우스갯 소리도 했다.ㅋㅋ 배우와 감독의 관계가 허물 없고 끈끈한 것처럼 보여서 관객 입장에서도 더 편하고 좋았던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30일에도 씨네코드 선재에서 영화 상영 후, 배우들이 따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있다니까 영화를 보려고 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날을 공략해 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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