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희망'을 위해 달리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책이야기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면 주인공 김경호 교수를 변호해 주는 박준(박원상)이란 인물이 나온다. 자칭 "양아치 변호사"지만, 그의 과거를 보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권리를 보장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와 시위를 벌였는데 주동자였던 자신만 변호사란 이유로 멀쩡하게 살아나왔고 시위에 가담했던 사람들 다수가 다치거나 죽고, 큰 피해를 입었다. 그 이후 자책감에 시달리고 알콜 중독자처럼 살아야 했던 사람.. 송경동 산문집인 <꿈꾸는 자 잡혀간다> 를 읽으며 나는 영화 속 박준 변호사를 떠올리곤 했다. 물론 직업을 비롯해 송경동 시인은 다리에 핀이 14개나 박혀 있는 등 몸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는 점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한진중공업 사건도 그렇고 그 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해 무심할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가끔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헤드라인에 보이는 배우 김여진의 발언이나 대학교에서 사람 취급 받지 못하며 일하는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의 사연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적은 있으나 특별히 그 일을 내 일처럼 느끼고 행동에 옮긴다거나 다른 어떤 액션을 취했던 적은 없었다. 부산영화제가 열렸을 때 레드카펫에서 그 전까진 볼 수 없었던 광경인 김꽃비의 의상 (드레스 위에 걸친 한진중공업 유니폼)과 검은 천을 이용한 퍼포먼스(사진)도 별 생각 없이 그냥 김꽃비는 보통 여배우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넘긴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갈 수록 화가 나고 너무나 무심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곤 감방에 수감 되고 모진 수모를 겪는 것 뿐인데도 늘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 사람.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뭐라고 안타깝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고 아들에게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고 미안해하면서도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간다는 사실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남편의 이런 활동을 지지해 주고 인내해 주는 아내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게 정말 소설 속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현실일까 눈을 의심하게 되는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 내용들.. 믿고 싶진 않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한진중공업 조선소 이야기다. 이 곳에 1982년 스물 한 살, 최초의 여성용접공으로 입사한 김진숙이 크레인 위에서 시위를 하던 바로 그 분이다. 읽다 보니 책의 한 부분으로 인용되기도 한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란 책이 있던데 그 책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시위를 해야 했는지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어쩐지 외면하고 싶단 생각마저 들 만큼 알기 불편한 진실들이 많았다. 좋게만 보이던 기업들의 문화사업 이면에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희생되고 있다는 것 등등..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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